배달앱 수수료 명세서 볼 때마다 속 터지셨죠? 주문 한 건에 중개수수료 떼고, 결제수수료 떼고, 배달비 떼고 나면 정작 사장님 손에 남는 게 얼마 안 됩니다. 그런데 혼자 "수수료 좀 내려달라" 항의해봤자 배달앱은 꿈쩍도 안 하죠. 그동안은 여러 식당이 모여서 같이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'담합' 소리를 들을까 봐 몸을 사려야 했습니다.
그런데 이게 바뀌었습니다. 2026년 6월 30일,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무회의에 '을(乙)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편 방안'을 보고했어요.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. 이제 소상공인끼리 모여서 배달앱 같은 거래상대방과 단체로 협상하고 공동으로 행동해도 담합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. 오늘은 이게 우리 식당·카페에 실제로 무슨 의미인지, 어떻게 활용하는지 하나씩 짚어드릴게요.
1. 무엇이 달라졌나 — '단체행동=담합'이라는 벽이 사라졌다
그동안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들이 짜고 가격이나 거래조건을 정하는 '부당한 공동행위(담합)'를 금지해왔습니다. 문제는 이 규정이 대기업 카르텔뿐 아니라 힘없는 영세 소상공인이 뭉치는 것까지 막는 족쇄로 작용했다는 거예요. 식당 여러 곳이 "우리 다 같이 배달 수수료 인하 요구하자"고 하면 그 자체가 담합 소지가 있었던 겁니다.
이번 제도개편은 바로 그 벽을 허뭅니다.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국내 사업자의 98.2%, 약 816만 개사에 이르는 소기업·소상공인이 단체협상과 단체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. 배달앱에 입점한 식당·카페 사장님도 당연히 여기 포함돼요.
2. 어디까지 허용될까 — 허용 범위와 금지선
다만 "이제 뭐든 다 된다"는 아닙니다. 허용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나중에 문제가 안 생겨요. 공정위가 밝힌 내용을 표로 정리했습니다.
| 구분 | 내용 |
|---|---|
| 협상 가능 항목 | 가격·수수료 등 거래조건, 거래량, 거래지역에 대한 합의 |
| 정보 교환 | 수수료·정산 등 거래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 가능 |
| 공동 행동 | 공동 납품거부(특정 배달앱 이용 거부·탈퇴 캠페인) 가능 |
| 제외 대상 | 입찰담합은 허용 범위에서 제외 |
| 안전장치 | 소비자 피해·경쟁제한이 심각하면 공정위가 사후 '금지명령'으로 중단 |
정리하면, 수수료 인하·정산주기 개선 같은 거래조건을 놓고 배달앱과 단체로 협상하는 것, 그리고 요구가 안 받아들여질 때 여러 식당이 함께 특정 배달앱 사용을 거부하는 것까지 원칙적으로 허용됩니다. 예전 같으면 "공동 탈퇴 캠페인"은 담합·업무방해 소지가 컸는데, 이제 정당한 협상 수단으로 인정받는 거예요.
단, 소비자에게 큰 피해가 가거나 경쟁을 심각하게 해치는 수준이 되면 공정위가 사후에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. 즉 '을'의 협상력은 키워주되, 폭주는 막는 구조입니다.
3. 신고만 하면 즉시 허용 — 절차가 간단해졌다
여기서 사장님들이 특히 반가워할 대목이 있어요. 소상공인만 참여하는 단체협상은 공정위에 신고하면 별도 심사 없이 즉시 허용되고, 그 효력이 5년간 유지됩니다. 복잡한 승인 절차를 기다릴 필요 없이, 신고 즉시 단체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에요.
대기업이 함께 끼는 협상이라면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지만, 동네 식당·카페 사장님들끼리 뭉치는 협의체는 신고만으로 바로 활동이 가능합니다. 그만큼 문턱이 낮아졌습니다.
4. 혼자 하는 식당은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
"좋은 건 알겠는데, 나 혼자 하는 가게가 무슨 단체협상이야?"라고 하실 수 있어요. 맞습니다. 이 권리는 뭉쳐야 힘이 생기는 구조예요. 그래서 현실적인 활용법은 이렇습니다.
① 지역·업종 단체에 소속되기
- 한국외식업중앙회 지역 지회 — 우리 동네 외식업 사업자들이 이미 모여 있는 조직입니다. 지회 차원에서 배달앱 대응 논의가 나오면 적극 참여하세요.
- 자영업 협동조합 — 공동구매·공동마케팅을 하던 협동조합이 이제 거래조건 협상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됐습니다.
- 지역 상인회 — 상권 단위 상인회도 단체행동의 주체가 될 수 있어요.
② 이웃 사장님들과 협의체 만들기
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. 같은 상권, 같은 배달앱을 쓰는 사장님 몇 분과 단톡방부터 만들어 "우리 수수료 얼마 내고 있나"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이제는 합법적인 첫걸음이에요. 정보 교환 자체가 허용 범위에 들어가니까요.
③ 배달 채널별 실질 부담부터 계산하기
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면 우선 우리 가게가 배달앱마다 실제로 얼마를 떼이는지 숫자로 알아야 합니다. 중개수수료·결제수수료·배달비를 다 합친 실부담률을 모르면 무엇을 요구할지도 막연해져요. 협상 전에 채널별 부담을 정확히 뽑아두는 게 첫 준비입니다.
5. 지금 사장님이 준비할 3가지
- ✅ 우리 가게 배달앱 실부담률 파악 — 앱별 중개·결제·배달비를 합쳐 주문당 실제로 몇 %를 떼이는지 확인
- ✅ 소속 단체·협동조합 확인 — 이미 가입된 단체가 있다면 배달앱 대응 논의에 참여, 없다면 지역 외식업 지회 가입 검토
- ✅ 법 시행 시기 모니터링 — 연내 법 개정·하반기 시행 예정이므로 공정위와 소상공인 단체 공지를 챙겨보기
솔직히 말씀드리면, 이 제도 하나로 내일 당장 배달 수수료가 뚝 떨어지진 않습니다. 하지만 '혼자라서 못 싸운다'는 구조적 약점이 제도적으로 풀렸다는 건 큰 변화예요. 지금까지 배달앱이 일방적으로 정한 수수료를 받아들이기만 했다면, 이제는 사장님들이 뭉쳐 협상 테이블에 앉을 명분과 법적 근거가 생긴 겁니다.
오늘 딱 한 가지, 우리 가게가 배달앱에 실제로 몇 %를 내고 있는지부터 정확히 계산해보세요. 협상이든 채널 조정이든, 모든 건 그 숫자에서 시작됩니다.